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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지금은 40代 은퇴시대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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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단체로부터 세미나 발표 요청을 받고 준비를 하다가 놀랐다.
정회원은 50세 이상이지만 45세 이상이면 준회원으로 가입할 자격이 있다는 그 단체의 회칙 때문이었다.
나도 흰 머리가 생기거나 작은 글씨를 멀리서 보게 되는 것에 대해서 동료들과 가끔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동안 줄곧 학교와 관련을 맺으며 시간의 흐름을 1년 단위로만 생각해 왔기 때문인지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을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체의 노화는 생물학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지만 젊음과 늙음에 대한 관념이나 이와 관련된 행동 패턴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인류학자들은 여러 다양한 문화를 연구하면서 경제와 권력구조, 친족과 혼인체계가 연령에 대한 각종 관행 및 사고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왔다.
동아시아의 유교문화권 농경사회에서는 절기(節氣)의 변화와 수리(水利)에 경험이 많은 연장자들이 존중받았다.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재생산수단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노년층들이 우월한 지위를 지녔다.
반면 에스키모 사회나 일본의 일부 지역처럼 자원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노인이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되기 전에 스스로 사회를 떠나는 전통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전체 인구 가운데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인류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다.
어린이의 수가 노인의 수에 비해 몇 갑절 많던 사회에서 형성되었던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태도가 노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더 많아진 사회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노동자의 수가 은퇴자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 피고용인의 대부분이 퇴직하기 전에 사망하던 사회에서 형성된 은퇴자 관련 대책과 관행, 복지 관련 정책과 관념 역시 미래의 고령화 사회에서는 당연히 변화할 것이다.
더구나 정보통신 혁명이 진전되고 지식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청년과 장년의 관계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느리던 시기에는 연장자가 경험과 지식 면에서 연소자보다 대개 뛰어나게 마련이지만, 이제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많은 중장년이 그런 서러움을 톡톡히 맛보았다.
그런데 인구 구성을 생각하면 지금의 장년은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계속 ‘장년’일 수밖에 없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전제로 만들어 놓은 피라미드 판매와도 같은 연금이나 의료보험 혜택은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퇴직 후의 안락한 휴식을 꿈꾸고 취미 활동이나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기보다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앞 세대는 고생도 많고 책임도 무거웠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누렸다.
그때는 이르면 30대에 벌써 대가족을 부양했으며 조직의 중추가 될 수 있었고, 60세가 넘도록 그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일도 많았지만 보람도 있고 권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지금의 40대, 50대에는 앞 세대의 삶이 인생 설계의 모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급변하는 것을 탓하다가는 다음 세대의 부담이 되거나 노추(老醜)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제 세상을 사는 지혜도 갖추었고 경험도 상당히 쌓았으며 젊은 시절의 만용도 어느 정도 극복했는데 벌써 일선에서 물러나야할 때가 된 것이다.
시절 탓을 하게 된 것이 억울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년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하면 남에게 짐이 되지 않고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조선일보] 2002-02-23 한경구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문화인류학)




2002-03-21 14: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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