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보 2002-02-22>
임춘식〈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옛말에 `오랜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효와 충을 최상의 덕으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유교적 전통속에서 어떻게 이런 속담이 나왔을까. 그만큼 노부모 병수발이 쉽지 않다는 뜻일까.
최근들어 노부모 병수발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 때문에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이 많다. 수발 분담문제로 이혼이나 형제간의 불화도 심각하다.
이처럼 가족의 노인보호기능의 약화로 큰 골치를 앓고 있다. 이는 산업화 및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적 참여 증가 등으로 가족내에서 또는 가족에 의해 노인이 간병보호를 받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의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도입된 재가복지서비스도 가족의 보호기능을 강화 보완하기보다는 노인 개개인만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결국 가족이 와해되고 오히려 노인시설에의 입주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여성의 과중한 간병·보호의 부담 문제가 야기될 것이 뻔하며 나아가 가족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가족 이외의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빨리 개발되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정책은 단편적이고 대증적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고령화 시대, 노인복지정책에 이미 구멍이 뚫려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노인복지정책 입안자들의 노인복지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 앞으로 선행되지 않는 한 오늘의 노인들은 대부분 불우한 노년기에 현대판 고려장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제, 기존의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노인부양제도, 즉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서비스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부양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다양한 노인복지정책을 개발하여 가족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노인복지를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앞으로 노후는 각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호받아야 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구 사회의 경우 대부분 일찌감치 국가차원에서 노인복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예산 비율은 약 0.37%에 불과할 정도로 노인복지는 사실상 국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리 사회도 효라는 전통윤리로만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의 30∼40대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세대가 될 공산이 크다. 이와 같은 인식의 대전환에서부터 시작해 효를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회전체가 지혜를 짜내 고령화 시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현대문명은 장수라는 인간의 소망을 실현시켜 주었다. 이러한 변화된 장수사회에서 노인의 사회통합은 더 면밀한 계획으로 노인복지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산업화 논리와 압축성장 과정에서 희생된 과거세대의 노인을 위한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그리고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연장된 노년기를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생산적으로 영위하고자 하는 신노인을 위한 적극적인 연령통합정책을, 그리고 가족주의 전통과 효규범의 현실적 적응을 통한 가족의 유대라는 사회적 자본확충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2002-02-26 09:4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