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보 2002-03-22>
임 춘 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 주변에는 `척''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이 있다. 없으면서도 있는 척하
고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사람, 혼자 일하는 척하는 사람, 면종복배하면서 혼
자 충성하는 척하는 사람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반면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답게 근검 절약하려고 노력하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답게 알려고 노력하는 경우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젊은이는 젊은이
답게, 사원은 사원답게, 간부는 간부답게, 목사는 목사답게, 정치인은 정치인답
게 `척''을 버리고 `나'' 다와지도록 노력하는 정신이 필요한 시기다.
`척''하는 생활은 자기 분수를 모르는 생활이다. `척''하는 생활은 지나치게 주
변 눈치를 보는 생활이다. `척''하는 생활은 자기 약점을 감추려는 생활이고 실
패와 불행을 자초하는 행동 이다.
최근들어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범한 과오는 권력형 비리나 치부보다는 사회풍토를 혼탁하고 향락과 불
신으로 만들어버린데에 있다. 그래서 한마디로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각종 게이트에 고관대작들이 줄줄이 연루되는 것을 보니 선진국이 아직 멀었다
고 개탄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국민 대다수가 피해자인 것이다. 그 부정과 불
신 풍토속에서 빈부의 차는 커지고 인간성은 메말라가고 있다. 결국 부정으로
소모될 몇 푼에 인격을 사고 파는 작업을 청산하는 것이 기성세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구시대의 유물을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시대를 여는 작업
은 미봉책으로는 이룰 수 없다.
오늘의 세상은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도덕적으
로 무장된 사람도 어떤 조직에 들어가면 도덕성보다 가능성을 좇아 행동하지 않
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신부와 목사와 같이 도덕과 양심에 따라 살
아가려는 사람도 자기가 하 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별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거나 아니면 일을 포기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오늘과 같은 세태에서는 교회나 학교 같은 곳에서도 사업적인 수완이나 정치
적 능력이 사명감이나 인간됨보다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도덕
성이 약화되다 보니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즘이 이 사회에
난무하고 이런 것쯤은 대개 눈감아 두고 넘어가도 된다는 사회풍토가 만연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출세, 국가의 발전, 회사의 번창, 교세의 확장, 학교의 명문화를 위해서
는 누구나 조금은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 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
냐는 정당화의 구실을 찾아 법과 도덕성을 슬쩍 비켜가는 풍토가 보편화되어 버
린 것이다.
이와 같은 풍토속에서의 개인들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려 하게 된다.
개인의 출세나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면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도덕과 양
심을 형식 치레로 지키는 `척''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사회가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그 이유를 현대 산업사회의 비인간화 혹은
사회구조적 모순과 같은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로 들어가면 혹시 목소리 큰 사람
들이 제양상을 접어두고 제각기 큰 소리치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우리
는 이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꾸준한 작업을 전개해야 한다. 이에는 철저
한 자기고뇌를 통한 강인한 의지가 반드시 병행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백마디 웅변보다 백편의 논문보다 단 한편의 감동적인 합창
`척의 척결'' 이 국민화합을 위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 서로 대화하고 협동실
천하는 자세가 오늘의 상황을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02-03-26 17:14:02

